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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추적성 규칙, 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가

By 8월 20, 2026No Comments

식품 사고의 피해와 기업의 손실을 줄이는 ‘기록의 힘’

최근 미국에서는 대규모 식품매개질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6년 7월에는 멕시코산 상추와 관련된 Cyclospora 집단발병이 발생했고, 8월에는 멕시코산 신선 할라피뇨와 관련된 Salmonella 집단발병이 발생했다. 문제의 할라피뇨는 음식점뿐 아니라 살사와 과카몰리 등 여러 가공 및 조리식품에 사용됐고, 그 결과 다수의 유통업체와 소매업체가 연쇄적으로 제품을 회수해야 했다.

이러한 사례는 오늘날의 식품 사고가 한 농장이나 제조업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나의 원료가 가공업체, 물류센터, 식당과 대형 유통망을 거쳐 수십 개 제품과 수천 개 판매점으로 확산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공급자의 어떤 로트가 어느 제품과 매장으로 갔는가”를 신속하게 확인하지 못하면 리콜 범위와 소비자 피해가 함께 커진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가 미국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제204조에 따른 FDA의 Food Traceability Rule, 즉 식품추적성 규칙이다. 이 규칙은 사고 발생 시 문제가 된 식품의 이동 경로를 로트 단위로 신속하게 확인하고 해당 식품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확한 추적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문제가 없는 제품까지 광범위하게 회수하는 상황을 줄여 기업의 손실과 브랜드 훼손을 제한한다.

 

규칙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규칙은 FDA의 식품추적성 목록(Food Traceability List, FTL)에 포함된 식품을 제조, 가공, 포장 또는 보관하는 미국 및 외국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현재 FTL에는 신선 잎채소와 고추류, 오이, 토마토, 신선 절단 과일과 채소, 일부 치즈와 수산물, 계란, 견과류 버터 및 냉장 즉석 델리샐러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적용 대상 사업자는 수확, 최초 포장, 발송, 수령, 가공, 혼합 및 재포장 등 자신이 수행하는 주요 추적 단계에 따라 추적 로트코드와 제품, 수량, 장소, 날짜 등의 핵심정보를 기록하고 다음 공급망 참여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관련 기록을 원칙적으로 2년간 보관하고, FDA가 식품 사고나 리콜 조사 과정에서 요구하면 필요한 기록과 전자자료를 일반적으로 24시간 이내에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칙의 핵심은 개별 기록항목보다 공급망 전체의 연결에 있다. 한국 제조업체가 정확한 로트정보를 기록하더라도 미국 수입업체나 물류창고가 다른 제품번호를 사용하거나 재포장 과정에서 기존 로트와 새 로트의 관계가 남지 않으면 추적은 중단된다. 한 기업이 자체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가

Food Traceability Rule의 원래 준수일은 2026년 1월 20일이었다. FDA는 공급망 전체가 데이터와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준수일을 2028년 7월 20일로 30개월 연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준비를 미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FDA가 추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식품추적성이 기존 서류에 항목 몇 개를 추가하는 정도의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먼저 제품과 원재료별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다음 공급망의 각 단계를 분석하고 로트코드와 데이터 형식을 통일해야 한다. 거래처와 정보 전달방법 및 책임을 합의하고, 필요한 경우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이나 창고관리시스템도 수정해야 한다. 이후에는 실제 로트를 이용한 모의시험을 통해 FDA의 요청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관련 교육체계도 최근에야 갖춰지기 시작했다. FDA는 2026년 5월 식품안전 예방관리 연합(Food Safety Preventive Controls Alliance, FSPCA)과 함께 개발한 식품추적성 교육과정을 공개했다. 이어 FSPCA는 지난 6월 첫 강사과정을 실시하고 이 교육과정을 산업계에 전달할 전문강사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FSPCA 교육을 받거나 수료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규칙상 의무는 아니지만 FDA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표준교육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은 산업계의 실질적인 준비 역시 지금부터 본격화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 수출업체와 미국 수입업체는 우선 미국 수출 제품과 원재료가 FTL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어 한국의 제조공장부터 미국 수입업체, 물류창고, 재포장업체와 유통업체까지 로트정보가 어떻게 생성되고 변경되며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각 공급망 참여자가 사용하는 제품명, 로트번호, 장소명과 날짜 형식이 서로 다르다면 이를 통일하거나 상호 연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의 전달 시점, 기록 오류의 수정, 리콜 발생 시 협조 및 기록 보존에 관한 책임도 거래계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적용 대상 사업자는 식품추적성 계획(Food Traceability Plan)을 서면으로 수립해야 한다. 계획을 작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공급망에서 로트정보가 제대로 연결되는지 정기적인 모의 추적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용 여부 분석, 공급망 점검, 계약과 전산시스템 변경, 시범운영 및 모의 리콜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약 2년은 결코 긴 기간이 아니다. 특히 한국 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도 자신이 수행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준수책임을 부담하므로 모든 준비를 미국 수입업체에 맡길 수도 없다.

식품추적성은 오염 가능성이 있는 식품의 출처와 유통 경로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공급망의 공동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2028년 7월 20일까지 남은 시간은 결코 길지 않으며, 기한 내에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지금부터 체계적인 준비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손연진 변호사

ACI LAW GROUP, PC

ACI LAW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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