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확산되는 소비자 집단소송
미국의 상호관세 환급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법률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에 납부했던 관세를 돌려받는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들이 “관세 때문에 부담했던 가격도 돌려달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을 통한 관세 환급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정부와 수입자 사이의 문제로 보였던 관세 환급이 이제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민사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 약 30개 연방지방법원에서 상호관세 환급과 관련된 소비자 집단소송이 거의 10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통·소비재·제조업뿐 아니라 운송·물류, 온라인 마켓, 자동차 등으로 소송 대상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Costco가 관세를 돌려받으면 소비자에게도 돌려줘야 하나?
대표적인 사례가 Costco다.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의 논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Costco가 상호관세 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면, 이후 정부로부터 해당 관세를 환급받을 경우 소비자가 부담했던 부분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측에서는 정반대의 논리가 가능하다.
소비자는 당시 매장에 표시된 가격을 알고 자발적으로 상품을 구매했고 약속된 상품을 정상적으로 받았다. 그렇다면 판매자가 나중에 정부로부터 관세를 환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완료된 정상적인 거래가 소급하여 부당한 거래로 바뀌는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결국 핵심은 “관세 때문에 원가가 올라 가격을 인상했다가 그 비용의 일부를 나중에 회수했다고 해서 과거의 판매가격까지 부당해지는가”라는 질문이다.
Nintendo도 ‘이중 이익’ 주장에 직면
Nintendo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Nintendo가 상호관세 비용을 제품가격에 반영한 뒤 정부로부터 관세까지 환급받는다면 소비자와 정부 양쪽에서 동일한 비용을 회수하는 이른바 ‘이중 이익’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Nintendo는 소송기각을 신청하면서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동의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했으며, 향후 관세 환급 가능성이 과거의 소비자 거래를 위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 기업에도 중요하다. 별도의 관세 할증료를 부과하지 않고 관세를 여러 원가 요소 중 하나로 반영하여 전체 제품가격을 조정한 경우에도 소비자가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라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운송·물류회사는 조금 다르다
운송·물류 분야에서는 문제가 보다 직접적이다.
운송회사는 수입 과정에서 관세를 대신 납부한 뒤 해당 금액을 고객에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적인 제품가격 인상보다 고객이 지급한 금액과 실제 관세 사이의 연결관계가 명확하다.
FedEx 역시 상호관세 관련 집단소송의 대상이 됐으며, 현재는 정부로부터 실제 환급받은 대상 금액을 고객에게 반환하기 위한 별도의 관세 환급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고객관계 측면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다른 기업에는 새로운 고민을 안겨준다. 소비자 측에서 “어떤 회사는 고객에게 돌려주는데 왜 이 회사는 돌려주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급이나 크레딧을 제공하려 한다면 단순한 고객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향후 소송에 미칠 영향까지 검토해야 한다.
최근에는 Levi’s까지 소송 대상
이러한 소송은 이제 대형 유통업체나 운송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Levi Strauss를 상대로도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는 상호관세 비용이 제품가격에 반영됐지만 회사가 관세를 환급받을 경우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변화다. 관세를 별도의 항목으로 고객에게 청구한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재 기업이 관세를 원가에 반영해 판매가격을 조정한 경우까지 소송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업 측에도 상당한 방어논리가 있다
현재 여러 사건이 소송기각 신청과 중재 관련 초기 다툼 단계에 들어가면서 기업 측의 방어논리도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소비자가 공개된 가격을 알고 자발적으로 지급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받았다면 실제 손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원고적격 문제가 있다. 또한 자발적으로 합의된 가격을 지급한 소비자가 나중에 그 일부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자발적 지급 원칙도 중요한 쟁점이다.
기업이 아직 정부로부터 실제 환급금을 받지 않았다면 이른바 ‘이중 이익’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소송의 성숙성 문제도 제기된다.
계약서도 중요한 방어수단이다. 판매계약이나 이용약관에서 관세 부담과 가격 결정 방법을 명확히 규정했다면 부당이득 등의 청구에 대응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중재조항과 집단소송 포기조항이 있는 경우 집단소송 대신 개별 중재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은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미국에서 상호관세 환급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이제 “CBP에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가”만 계산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먼저 관세 부과 당시 고객에게 그 비용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송장에 ‘Tariff Surcharge’ 또는 ‘Import Duty Fee’를 별도로 표시했다면 고객이 지급한 금액과 관세의 연결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송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관세를 운송비, 인건비, 환율 등 여러 원가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해 일반 판매가격을 조정했다면 기업 측에는 보다 강한 방어논리가 있을 수 있다.
계약서와 이용약관에서 관세 및 세금 부담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는지, 가격조정 권한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중재조항과 집단소송 포기조항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거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이나 가격인상 통지서도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호관세 때문에 가격을 10% 인상한다”는 식으로 관세와 가격 인상을 직접 연결한 표현은 향후 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로부터 관세를 환급받은 뒤 고객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중요하다. 자발적인 환급이나 크레딧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그 표현과 구조에 따라 법적인 반환의무를 인정한 것처럼 주장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관세 환급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상호관세 환급 문제의 첫 번째 질문은 “정부에 낸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가?”였다.
이제 두 번째 질문이 등장했다.
“정부에서 관세를 돌려받으면 소비자에게도 돌려줘야 하는가?”
아직 미국 법원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당시 공개된 가격을 자발적으로 지급했다는 점, 기업이 아직 실제 환급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 계약상 가격 결정권과 중재조항 등 기업 측에도 상당한 방어논리가 있다.
그러나 Costco에서 Nintendo, FedEx, 그리고 Levi’s까지 소송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시장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따라서 상호관세 환급을 추진하는 기업은 이제 관세 환급 전략과 소비자 집단소송 대응전략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관세를 돌려받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환급된 돈의 경제적 혜택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법률분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