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물류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는 운임 자체보다 주요 해상 관문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는 물 부족으로 통항 능력이 줄어들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홍해에서는 후티 세력의 활동으로 선박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지역의 원인은 전혀 다르다. 파나마운하의 문제는 기후와 물, 홍해의 문제는 전쟁과 안보다. 그러나 화주와 수출입기업의 입장에서는 결과가 비슷하다. 선박 운항이 늦어지고, 대체 항로를 찾아야 하며, 결국 운송비와 재고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운하, 하루 36척에서 29.5척으로
파나마운하는 세계 해상교역의 약 5%가 통과하는 주요 관문이며, 특히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6 회계연도 6월까지 하루 평균 통항량은 약 35척, 누적 통항량은 10,726척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5.2%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엘니뇨의 영향과 강수량 부족으로 운하 운영에 다시 제약이 나타나고 있다. 하루 통항 규모는 8월 36척에서 9월 32척으로 감소했고, 10월부터 평균 29.5척까지 축소될 계획이다. 8월과 비교하면 약 18% 감소하는 것이다.
파나마운하는 일반적인 해협과 달리 선박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담수가 필요하다. 따라서 가툰호 등 운하 수계의 수위가 낮아지면 단순히 선박의 통항 순서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항 횟수와 선박 운항 조건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이미 2023년 심각한 가뭄 당시 하루 통항량이 평상시 약 38척에서 한때 22척 수준까지 감소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운하 진입을 위해 상당 기간 대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일부 선박은 높은 비용을 지불해 우선 통항권을 확보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홍해에서는 또 다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
파나마에서 물이 문제라면 홍해에서는 지정학적 위험이 문제다.
최근 예멘 후티 세력의 군사 활동으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Bab el-Mandeb) 해협 주변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인도양에서 홍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로 연결되는 핵심 통로다.
선사 입장에서 위험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운항을 계속하면서 높은 보험료와 보안 비용을 부담하거나,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한다. 우회를 선택하면 항해거리와 운송기간이 늘어나고 선박과 컨테이너가 한 번 운송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따라서 홍해의 문제는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박 회전율이 낮아지면서 다른 항로의 선복과 운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도 ‘운임’보다 ‘항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두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동부로 향하는 아시아발 화물은 파나마운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은 홍해와 수에즈운하의 상황에 민감하다. 결국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연결되는 서로 다른 해상 통로에서 동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운임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항로 변경 가능성, 추가 운송기간, 안전재고 확보, 보험료 상승, 납기 지연에 따른 책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장기 공급계약에서는 운송비 조정, Force Majeure, 납기 및 위험부담 조항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물류 경쟁력의 핵심은 가장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항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의 가뭄과 홍해의 안보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이러한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공급망의 경쟁력은 단순히 최적의 항로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 항로에 차질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대체 항로를 확보하고 물류 전략을 전환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